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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일반

미식축구: The Play - 경기 종료 4초 전

by marsol-sports 2026. 8.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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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11월 2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버클리의 메모리얼 스타디움.

캘리포니아대학교와 스탠퍼드대학교가 맞붙었다. 1892년에 시작된 두 학교의 라이벌전 '빅 게임'의 여든다섯 번째 경기였다.

경기 종료까지 남은 시간은 4초. 스탠퍼드가 20-19로 앞서 있었다.

그리고 경기장 한쪽에는 이미 축하할 준비를 마친 사람들이 있었다. 스탠퍼드 선수들이 아니라, 스탠퍼드 마칭 밴드였다.

경기가 벌어졌던 캘리포니아 버클리의 메모리얼 스타디움
경기가 벌어졌던 캘리포니아 버클리의 메모리얼 스타디움

4초가 남은 이유

이 이야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왜 하필 4초가 남았는가다.

4쿼터 막판, 스탠퍼드의 쿼터백 존 엘웨이가 팀을 끌고 나갔다. 4번째 다운에서 17야드를 남긴 절체절명의 상황을 직접 성공시키며 만들어낸 드라이브였다. 그날 그의 패싱 야드는 333야드였다.

 

필드골 위치에 다다랐을 때 시계에는 8초가 남아 있었다. 스탠퍼드의 폴 위긴 감독은 타임아웃을 불렀다. 스냅이 잘못될 경우 한 번 더 찰 기회를 남겨두려는 신중한 판단이었다. 그 판단 때문에 시계가 멈췄다.

마크 하먼이 35야드 필드골을 성공시켰다. 20-19. 남은 시간 4초.

 

그러자 스탠퍼드 선수들이 벤치에서 쏟아져 나와 경기장에서 환호했다. 심판이 그들을 돌려보내며 비신사적 행위 반칙을 선언했다. 15야드 페널티. 킥오프 지점이 40야드선에서 25야드선으로 물러났다.

캘리포니아 라디오 중계를 맡고 있던 조 스타키가 이렇게 말했다. 이제 기적만이 베어스를 구할 수 있다고.

스퀴브킥

스탠퍼드 특수팀 코치는 하먼에게 스퀴브킥을 지시했다. 공을 낮게 굴려 리턴 위험을 없애려는 선택이었다.

캘리포니아 쪽에서도 혼란이 있었다. 그 순간 필드에 나간 캘리포니아 선수는 열한 명이 아니라 열 명이었다. 규칙 위반은 아니지만 한 명이 모자란 채로 마지막 플레이를 맞은 것이다.

공이 굴러왔고, 캘리포니아의 케빈 모엔이 자기 진영 45야드선 부근에서 주웠다. 엔드존까지는 55야드가 남아 있었다.

다섯 번

모엔은 앞으로 나가려다 곧 막혔다. 그는 왼쪽으로 공을 던졌다. 리처드 로저스가 받았다.

로저스도 금방 둘러싸였다. 1야드쯤 나아간 그가 뒤를 돌아보며 드와이트 가너에게 넘겼다.

가너가 앞으로 밀고 들어가다 스탠퍼드 수비진에게 붙잡혔다. 여러 명이 그를 덮쳤고, 넘어지는 와중에 그가 다시 로저스에게 공을 던졌다.

 

바로 이 순간이 이 경기의 진짜 분기점이다. 스탠퍼드 선수들은 가너가 이미 태클당했다고 판단했다. 무릎이 땅에 닿았으면 거기서 경기가 끝나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들이 멈췄다. 그리고 같은 판단을 한 사람들이 또 있었다.

스탠퍼드 밴드 144명이 엔드존 쪽에서 경기장 안으로 걸어 들어오기 시작했다.

밴드가 필드에

공을 되찾은 로저스는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중앙선을 넘었다. 그리고 파란 유니폼 무리를 향해 뒤로 던졌다. 마리엣 포드가 받았다.

포드는 앞으로 달리다 스탠퍼드 수비수 세 명에게 둘러싸였다. 그는 뛰어들면서, 보지도 않고 오른쪽 어깨 너머로 공을 뒤로 던졌다.

그 공이 스탠퍼드 진영 25야드선 부근에 있던 모엔의 손에 들어갔다. 다섯 번째 래터럴이었다.

 

앞에는 아무도 없었다. 정확히는 스탠퍼드 수비수가 없었다. 대신 밴드가 있었다. 그들은 승리 축하를 위해 프리의 곡을 연주하기 시작한 참이었고, 스물두 명의 선수가 자기들 쪽으로 달려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다.

모엔은 멈추지 않았다. 그대로 25야드를 달려 밴드 사이를 뚫고 엔드존으로 들어갔다.

트롬본

엔드존에서 모엔은 한 사람과 정면으로 부딪쳤다. 트롬본을 들고 있던 밴드 단원 게리 타이렐이었다.

타이렐은 킥오프를 보지 못했다. 밴드는 경기 후 전통 행사를 위해 이미 필드 높이까지 내려와 있었고, 좁은 자리에서 대기하다가 시계가 0이 되었다고 판단한 순간 흩어졌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타이렐의 트롬본은 그 충돌로 찌그러졌다. 그리고 그 장면이 미국 스포츠 역사상 가장 유명한 사진 가운데 하나가 됐다. 찌그러진 트롬본은 지금 대학 미식축구 명예의 전당에 보관돼 있다.

터치다운은 인정됐다. 캘리포니아 25, 스탠퍼드 20.

무릎이 땅에 닿았는가

스탠퍼드는 당연히 받아들이지 못했다.

논쟁의 핵심은 래터럴이 앞으로 갔느냐가 아니었다. 세 번째 래터럴, 즉 가너의 무릎이 땅에 닿기 전에 공이 손을 떠났는가였다. 닿은 뒤였다면 거기서 경기가 끝나고 스탠퍼드가 이긴다.

 

가너와 동료들은 분명히 먼저 던졌다고 주장했다. 스탠퍼드 쪽은 지금도 아니라고 말한다. 훗날 가너는 이 문제에 대해, 결국 어느 학교를 응원하느냐에 따라 보이는 것이 달라지는 문제라고 말했다.

당시에는 지금 같은 다각도 리플레이도 비디오 판독도 없었다. 심판은 터치다운을 선언했고, 그것이 공식 기록으로 남았다.

즉흥이었을까

이 장면을 보면 순전한 우연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완전히 그렇지도 않다.

모엔은 훗날 동창회지에 이렇게 썼다. 공을 잡는 순간 조 카프 감독이 훈련 때 시키던 놀이가 떠올랐다고. 규칙이라고는 없이 한 무리가 다른 무리에게 공을 뺏기지 않고 계속 돌리는 게임이었다.

그러니까 그들은 그날 처음 해본 것이 아니었다. 다섯 번의 백패스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없었지만, 공을 끝까지 살리는 감각만큼은 몸에 있었다.

엘웨이의 마지막 경기

이 경기에서 반드시 언급해야 할 사람이 존 엘웨이다.

훗날 NFL 명예의 전당에 들어가는 그 선수의 대학 마지막 경기가 바로 이날이었다. 그는 333야드를 던졌고, 4번째 다운 17야드를 성공시켰으며, 팀을 역전 필드골 위치까지 끌고 갔다. 완벽에 가까운 마무리였다.

 

당시 스탠퍼드는 5승 5패였다. 이 경기를 이기면 볼 게임 초청이 사실상 확정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4초 뒤 스코어가 25-20으로 뒤집혔다. 스탠퍼드는 볼 게임에 가지 못했고, 엘웨이는 대학 시절 단 한 번도 볼 게임을 뛰어보지 못한 채 프로로 갔다.

21초

시계에 남아 있던 시간은 4초였지만, 실제로 그 플레이가 이어진 시간은 20초가 넘었다.

공을 잡은 사람이 다섯 번 바뀌었고, 그때마다 승자가 바뀌는 것처럼 보였다. 스탠퍼드 선수들은 두 번이나 경기가 끝났다고 믿었다. 한 번은 필드골이 들어갔을 때, 또 한 번은 가너가 쓰러졌다고 생각했을 때다.

그리고 두 번 다 아니었다.

아무도 몰랐다

지금이라면 이 장면은 몇 초 만에 전 세계로 퍼졌을 것이다. 휴대전화 카메라 수천 대가 돌아가고, 다각도 영상이 즉시 올라오고, 비디오 판독으로 가너의 무릎 문제도 그 자리에서 결론이 났을 것이다.

 

1982년은 달랐다. 전국 생중계도 없었고 즉석 판독도 없었다. 그래서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방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각자 다르게 이해한 채 경기장을 떠났다.

남은 것은 조 스타키의 라디오 중계였다. 래터럴이 이어질수록 커지던 그의 목소리와 마지막의 절규는 이 사건을 기억하는 또 하나의 방식이 됐다. 캘리포니아대학교는 훗날 그를 학교 명예의 전당에 올렸다.

40년 뒤

시간이 지나면서 이 경기는 더 유명해졌다. NCAA는 2003년 이 플레이를 대학 미식축구 역사상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선정했다.

2022년, 40주년을 맞아 캘리포니아대학교는 메모리얼 스타디움 앞에 케빈 모엔의 동상을 세웠다. 같은 해 작가 타일러 브리지스가 375명이 넘는 관계자를 인터뷰해 쓴 책이 나왔다. 제목은 《래터럴 다섯 번과 트롬본 하나》였다.

인터뷰가 그렇게 많이 필요했던 이유는 단순하다. 선수와 코치, 심판, 밴드, 관중, 방송인이 모두 다른 것을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케빈 모엔의 동상
메모리얼 스타디움에 세워진 케빈 모엔의 동상, 찌그러진 트럼본이 놓여있다

4초

대부분의 경기는 승부가 서서히 결정된다. 좋은 팀이 점수를 쌓고, 시간이 흐르며 결과가 굳어진다.

이 경기는 정반대였다. 종료 4초 전까지 스탠퍼드가 이기고 있었고, 그 4초는 상대 감독이 신중하게 타임아웃을 부른 덕분에 남아 있었으며, 킥오프 지점은 자기 팀 선수들이 너무 일찍 기뻐한 탓에 15야드 뒤로 물러나 있었다.

 

그 4초 안에서 공이 다섯 번 손을 옮겼고, 밴드가 필드로 걸어 들어왔고, 한 선수가 트롬본을 들이받으며 엔드존으로 들어갔다.

행운이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다만 그 행운은 마지막까지 공을 놓지 않은 쪽에만 찾아왔다.

 

당시 그 치열했던 경기의 동영상을 보면 이 경기의 마지막 4초의 내용이 이해가 되리라고 생각한다

The Play from the Cal vs. Stanford 1982 Bi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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