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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이야기

월드컵축구: 90분이 끝난 뒤 시작된 기적

by marsol-sports 2026. 8.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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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5월 26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캄프 누. 유럽 클럽축구의 정상을 가리는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었다.

한쪽에는 잉글랜드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반대편에는 독일의 바이에른 뮌헨이 있었다. 두 팀 모두 이미 자국 리그를 제패한 뒤였다. 맨유는 이 경기를 이기면 트레블이었고, 바이에른 역시 그 시즌 트레블을 노리다 독일 컵 결승에서 먼저 무너진 상태였다.

 

그런데 맨유에는 경기 전부터 큰 문제가 있었다. 로이 킨과 폴 스콜스가 준결승에서 받은 경고 누적으로 출전할 수 없었다. 팀의 중원을 통째로 책임지던 두 사람이 동시에 빠진 것이다.

알렉스 퍼거슨은 데이비드 베컴을 오른쪽 측면에서 중앙으로 끌어와 니키 버트 옆에 세웠다. 라이언 긱스를 오른쪽으로 옮기고 예스페르 블롬크비스트를 왼쪽에 배치했다. 킨이 없는 자리에서 주장 완장은 그날이 마지막 경기였던 골키퍼 피터 슈마이켈이 찼다.

바르셀로나 캄프 누 경기장
바르셀로나 캄프 누 경기장

6분

경기가 시작되고 먼저 웃은 쪽은 바이에른이었다.

전반 6분, 맨유가 페널티박스 바깥에서 파울을 범했다. 키커는 마리오 바슬러. 그는 오른발로 낮고 빠르게 감아 찼고, 공은 수비벽 옆을 스치듯 지나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 슈마이켈은 손을 쓰지 못했다.

6분 만에 0-1. 남은 84분 동안 맨유가 쫓아가야 하는 경기가 됐다.

 

바이에른은 물러서지 않았다

문제는 바이에른이 한 골을 넣고 잠그는 팀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오히려 그들은 계속 앞으로 나왔다. 카르스텐 얀커와 알렉산더 치클러가 최전방에서 압박했고, 슈테판 에펜베르크가 중원을 장악했다. 후반 들어 바이에른이 경기를 끝낼 기회가 두 번 있었다. 교체 투입된 메메트 숄이 슈마이켈의 키를 넘기는 칩슛을 시도했는데 공이 골포스트를 맞고 나왔고, 얀커의 오버헤드킥은 크로스바를 때렸다.

둘 중 하나만 들어갔어도 이 이야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바이에른 뮌헨 선수

퍼거슨의 카드

퍼거슨은 하프타임에 선수들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지면 저 트로피 옆을 지나가면서도 손 한 번 대지 못한다고. 우승컵이 이미 경기장 옆에 놓여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말이었다.

후반 22분, 그는 블롬크비스트를 빼고 테디 셰링엄을 넣었다. 그리고 후반 36분, 앤디 콜 대신 올레 군나르 솔샤르를 투입했다. 남아 있는 공격 자원을 전부 그라운드에 올린 셈이었다.

그 무렵 바이에른 벤치도 움직였다. 오트마어 히츠펠트 감독은 서른여덟 살의 로타어 마테우스를 빼고 토르스텐 핑크를 넣었다. 남은 시간을 관리하겠다는 뜻이었다.

90분

정규시간이 끝났다. 전광판은 여전히 0-1이었다.

주심 피에르루이지 콜리나가 추가시간 3분을 알렸다. 관중 일부는 자리에서 일어서고 있었고, 트로피에는 이미 바이에른의 색깔로 된 리본이 매여 있었다. 바이에른 선수들은 코너 플래그 근처에서 시간을 흘려보낼 준비를 했다.

그런데 추가시간 1분, 에펜베르크가 왼쪽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급하게 걷어내며 코너킥을 내줬다. 몇 초를 더 벌 수 있는 선택 대신 가장 쉬운 선택을 한 것이었다.

91분

베컴이 코너킥을 준비하는 사이, 슈마이켈이 자기 골문을 비우고 상대 페널티박스까지 달려 올라갔다.

베컴의 공이 니어포스트 쪽으로 날아왔다. 그 안에 골키퍼가 섞여 있다는 사실만으로 바이에른 수비는 흔들렸다. 걷어낸 공은 어정쩡하게 떴고, 박스 외곽에 있던 라이언 긱스에게 떨어졌다. 긱스의 오른발 슛은 제대로 맞지 않아 골문을 크게 벗어날 궤도였다.

그런데 그 자리에 셰링엄이 있었다. 그는 몸을 돌리며 발을 갖다 댔고, 공은 반대편 구석으로 굴러 들어갔다.

1-1. 경기가 끝난 것이 아니라 다시 시작된 것이었다.

93분

솔샤르는 동점골이 들어가자마자 공을 들고 하프라인으로 뛰었다. 연장전을 준비하는 사람의 움직임이 아니었다.

킥오프 후 30초도 지나지 않아 그가 왼쪽으로 파고들었고, 사무엘 쿠푸어가 걷어내며 다시 코너킥이 나왔다. 이번에도 키커는 베컴이었다.

공이 니어포스트로 들어왔다. 셰링엄이 뛰어올라 머리로 방향만 살짝 바꿔 골문 앞으로 흘렸다. 그 앞에 솔샤르가 서 있었다. 그는 발을 뻗어 공을 그물 천장으로 밀어 넣었다.

2-1. 두 골 사이에 흐른 시간은 2분이 채 되지 않았다.

끝났다

곧 종료 휘슬이 울렸다.

맨유 선수들은 그라운드에 쓰러졌고, 슈마이켈은 골문 앞에서 옆돌기를 했다. 반대쪽에서는 바이에른 선수들이 주저앉았다. 그날 사실상 최고의 수비를 보여줬던 사무엘 쿠푸어는 잔디에 엎드려 주먹으로 땅을 내리쳤다. 벤치에서 지켜보던 마테우스는 표정을 잃은 채 서 있었다. 그에게는 1987년 결승에서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무너졌던 기억이 있었다.

바이에른은 경기 대부분을 앞서 있었고, 90분이 끝날 때까지 우승을 손에 쥐고 있었다. 그러나 트로피를 들어 올린 쪽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였다.

승리를 만끽하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선수들
승리를 만끽하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선수들

트레블

이 우승은 맨유에게 단순한 유럽 제패가 아니었다. 그 시즌 그들은 이미 프리미어리그와 FA컵을 차지한 뒤였고, 챔피언스리그까지 더하면서 잉글랜드 클럽 최초의 트레블을 완성했다.

그리고 그날은 우연이 하나 더 겹친 날이었다. 5월 26일은 뮌헨 참사에서 팀을 잃고 다시 세워 1968년 유러피언컵을 들어 올렸던 맷 버스비의 아흔 번째 생일이었다.

그런데 왜 바이에른이 졌을까

이 경기를 다시 보면 이상한 점이 있다. 맨유가 압도한 경기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오히려 더 좋은 기회를 만든 쪽은 바이에른이었고, 두 번이나 골대를 맞혔으며, 90분 내내 앞서 있었다.

그럼에도 결과가 뒤집힌 이유를 굳이 나눠보면 세 가지쯤 된다. 맨유가 마지막까지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는 것, 퍼거슨이 투입한 두 명의 교체 선수가 정확히 두 골을 넣었다는 것, 그리고 두 골 모두 세트피스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경기 전체를 지배하지는 못했지만, 필요한 순간에 필요한 장면을 만들어냈다.

슈퍼 서브

솔샤르에게 그 골은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그는 그 시즌 주전 공격수가 아니었다. 다만 교체로 들어가면 이상하리만치 골을 넣는 선수였고, 그래서 '슈퍼 서브'라는 별명이 붙었다. 그해 2월에는 노팅엄 포리스트를 상대로 후반 교체 출전해 10분 남짓 사이에 네 골을 몰아치기도 했다.

훗날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자신은 싱싱했고 상대는 지쳐 있었다고. 교체 선수가 경기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이 자기 강점이었다고.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그는 정확히 그 역할을 했다.

베컴도 잊을 수 없다

사람들은 셰링엄과 솔샤르의 골만 기억한다. 하지만 두 골 모두 출발점은 베컴의 발이었다.

원래 오른쪽 윙어였던 그는 그날 중원에서 90분을 뛰었고, 마지막 순간 두 개의 코너킥을 같은 자리에 정확히 떨어뜨렸다. 두 번째 골은 베컴의 킥에서 셰링엄의 헤더로, 다시 솔샤르의 발끝으로 이어졌다.

그래서 이 경기는 '셰링엄에서 솔샤르로'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그 뒤에는 계속해서 같은 자리로 공을 올려준 선수가 있었다.

퍼거슨의 축구

이 경기에는 퍼거슨이라는 감독의 성향이 그대로 드러난다. 많은 감독이 뒤진 상황에서 공격수를 넣지만, 추가시간에 접어들면 어느 정도 체념하기도 한다. 그는 그러지 않았다.

경기가 끝난 뒤 그가 내뱉은 말은 그대로 전설이 됐다. "Football, bloody hell." 굳이 옮기자면 축구가 이렇게 미친 것이라는 뜻에 가깝다. 그 밤에 그가 느낀 감정을 이보다 짧게 표현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90분 뒤의 3분

1999년 5월 26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90분 동안 0-1로 지고 있었다. 그리고 추가시간에 두 골을 넣었다. 91분 셰링엄, 93분 솔샤르. 그리고 우승.

이것이 흔히 말하는 캄프 누의 기적이다. 다만 자세히 보면 그 기적이 갑자기 생긴 것은 아니다. 맨유는 마지막까지 공격했고, 퍼거슨은 교체 카드를 모두 썼으며, 골키퍼까지 상대 박스로 올라갔고, 베컴은 같은 자리에 두 번 정확히 공을 올렸다. 셰링엄은 빗나갈 공을 끝까지 따라갔고, 솔샤르는 골문 앞을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바이에른은 그 몇 초 사이에 두 번 완전히 걷어내지 못했다.

그래서 오래 남는다

축구에서는 대체로 강한 팀이 이기고, 더 좋은 경기를 한 팀이 이긴다. 하지만 가끔은 전혀 다른 일이 벌어진다. 90분 동안 우세했던 팀이 마지막 3분을 견디지 못하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팀이 트로피를 가져간다.

1999년 캄프 누가 그랬다. 바이에른은 거의 모든 것을 가지고 있었다. 1-0 리드, 90분이라는 시간, 이미 리본까지 매인 우승컵. 그런데 맨유에게는 마지막 공격이 남아 있었고, 축구에서는 그 마지막 공격 하나가 역사를 바꾸기도 한다.

그날 밤 바이에른이 잃은 것은 경기 한 판이 아니라 거의 손에 쥐었던 유럽 정상이었다. 반대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그날 자신들의 시즌을 완성했다. 프리미어리그, FA컵, 그리고 챔피언스리그.

축구는 때때로 90분 동안 쌓아 올린 모든 것을 몇 분 만에 뒤집는다. 퍼거슨이 남긴 그 짧은 한마디가 지금도 이 밤을 가장 잘 설명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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