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조작 이야기는 대개 적발에서 끝난다. 누가 얼마를 받았고 어떤 처벌을 받았는지까지 쓰고 나면 할 말이 없어진다.
그런데 이 두 사건은 끝나지 않았다. 100년이 지나서도, 10년이 지나서도 같은 질문이 되돌아왔다. 이제 그만 용서해도 되지 않겠느냐는 질문이다. 미국은 2025년에 그렇다고 답했다. 한국은 2023년에 그렇다고 답했다가 사흘 만에 답을 거뒀다.

1919년, 시카고 화이트삭스팀
그해 월드시리즈에서 시카고 화이트삭스는 신시내티 레즈에 졌다. 압도적인 우승 후보가 진 것이다.
경기 직후부터 기자들 사이에 의혹이 돌았지만 이듬해 시즌이 시작될 무렵에는 잦아들었다. 1920년 9월 대배심이 열리면서 다시 불이 붙었고, 몇몇 선수가 돈을 받고 경기를 내줬다고 진술했다. 여덟 명이 기소됐다.
동기로 늘 지목되는 것은 구단주 코미스키의 인색함이다. 그런데 최근 공개된 급여 자료를 보면 1919년 화이트삭스의 선수단 총연봉은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두 번째로 높았다. 야담에는 언제나 이런 반전이 숨어 있다. 널리 퍼진 동기 설명이 사후에 만들어진 이야기인 경우가 많다.
선수들에게 무죄 평결, 그리고 다음 날
1921년 8월 2일, 배심원단은 여덟 명 전원에게 무죄를 평결했다. 대배심에서 받았던 자백 문서를 포함한 핵심 증거가 파일에서 사라진 뒤였다. 누가 가져갔는지는 지금도 정설이 없다.
법정 안에서 사람들이 환호했다. 배심원들이 선수들을 어깨에 올리고 법정을 돌았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그리고 하루 뒤, 초대 커미셔너 케네소 마운틴 랜디스가 여덟 명을 야구계에서 영구 추방했다. 배심원단의 평결과 무관하게, 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성명이었다.
법이 무죄라 해도 종목은 유죄로 본다는 선언이었다. 이 결정 이후 메이저리그의 승부조작 문제는 사실상 사라졌다. 효과는 확실했다.
알고도 말하지 않은 죄
이 사건에서 가장 오래 논쟁이 된 사람은 3루수 벅 위버다.
그는 돈을 받지 않았다. 이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거의 없다. 다만 도박꾼들과 선수들이 모인 자리에 여러 차례 함께 있었고, 그 사실을 구단에 알리지 않았다.
랜디스의 논리는 이랬다. 경기를 던진 선수, 던지겠다고 약속한 선수, 그리고 조작을 논의하는 자리에 앉아 있고도 알리지 않은 선수는 다시는 프로야구를 할 수 없다.
알고도 침묵한 것을 가담과 같은 무게로 처벌한 것이다. 가혹하다는 비판이 100년 넘게 이어졌다. 동시에 이것이 야구를 살렸다는 평가도 함께 이어졌다.
한편 조 잭슨은 그 시리즈에서 타율 3할 7푼 5리를 쳤다. 양 팀 통틀어 최고 성적이었다. 통산 타율 3할 5푼 6리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네 번째로 높은 기록이다. 그는 돈을 받은 것으로 보이지만, 경기장에서 일부러 못한 흔적은 찾기 어렵다. 이 모순이 그를 100년 동안 논쟁의 중심에 남겨두었다.
2011년, 대한민국 축구계
92년 뒤 한국에서 벌어진 일은 규모가 달랐다.
2011년 6월 17일, 프로축구연맹이 10명에게 영구제명을 내렸다. 8월 25일에는 선수 40명과 브로커 7명, 모두 47명이 추가로 영구제명됐다. 대한민국 스포츠 역사상 가장 많은 연루자가 나온 사건이었다.
구조는 블랙삭스와 비슷했다. 불법 도박 자금이 있었고, 브로커가 있었고, 돈이 필요한 선수들이 있었다. 특히 군 팀 소속 선수들이 많이 연루됐다. 병역 의무로 뛰는 자리라 급여가 낮고 동기 부여가 약했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한 가지가 달랐다. 1919년의 여덟 명은 모두 살아서 추방을 견뎠다. 2011년의 한국에서는, 수사와 징계가 이어지는 사이 연루자 가운데 여러 명이 스스로 세상을 떠났다.
이 대목에서 나는 늘 멈추게 된다. 잘못을 저지른 사람들이었다. 처벌은 마땅했다. 그런데 영구제명이라는 단어가 실제로 한 사람의 삶에서 무엇을 뜻하는지, 그때 우리 사회는 충분히 생각해본 적이 있었을까.
2023년 3월 28일, 우루과이와의 평가전 킥오프 66분 전
12년이 지난 뒤, 대한축구협회 이사회가 열렸다.
장소는 서울월드컵경기장 회의실이었다. 그날 저녁 우루과이와의 평가전이 예정돼 있었다. 이사회는 징계 중인 축구인 100명에 대한 사면을 의결했다. 그중 48명이 승부조작 가담자였다.
발표는 킥오프 약 한 시간 전에 나왔다. 원래 다음 날 아침 배포하려던 보도자료를 앞당겼다고 전해진다.
선수 복귀는 나이 때문에 어렵지만, 지도자와 행정가로 활동할 길이 열린 것이었다. 회의에 참석한 사람 중 반대 의견을 낸 사람은 한 명이었다고 보도됐다.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붉은악마가 전면 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을 냈다. 프로축구선수협회가 성명을 냈다. K리그 서포터들이 시위에 나섰다. 협회는 이틀 뒤 재심의를 결정했고, 곧 사면을 전면 철회했다.
사흘이었다.
2025년 5월,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결정
그런데 지구 반대편에서는 정반대의 결정이 내려졌다.
2025년 5월, 메이저리그 커미셔너 롭 맨프레드가 블랙삭스 여덟 명 전원을 영구 실격자 명단에서 제외했다. 피트 로즈도 함께였다. 명예의 전당 후보 자격이 생긴 것이다.
조 잭슨은 1951년에 세상을 떠났다. 사면이 그에게 무엇을 돌려주었는지는 말하기 어렵다. 다만 104년 만에 미국 야구는 그 결정을 뒤집었다.
한쪽은 100년을 기다린 뒤 풀어줬고, 다른 쪽은 12년 만에 풀어주려다 사흘 만에 되돌렸다. 어느 쪽이 옳은가.
나는 이 차이가 도덕성의 차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시간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1919년의 관중은 모두 죽었다. 2011년의 관중은 아직 경기장에 앉아 있다. 배신당한 사람이 살아 있는 동안에는 용서를 대신 선언해줄 권한이 누구에게도 없다.
남는 질문
승부조작은 스포츠에서만 특별한 범죄다. 다른 어떤 분야에서도 결과를 미리 정해놓는 것이 이토록 근본적인 배신이 되지는 않는다.
우리가 경기를 보는 이유는 결과를 모르기 때문이다. 그것 하나뿐이다. 그 전제가 깨지면 남는 것은 각본 없는 드라마가 아니라 그냥 드라마다.
그래서 이 죄는 유독 오래 간다. 랜디스는 그걸 알았고, 그래서 알고도 말하지 않은 사람까지 함께 추방했다.
가끔 생각한다. 벅 위버가 그 자리에서 일어나 나갔다면, 그리고 다음 날 구단에 알렸다면, 그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됐을까. 동료를 팔았다는 말을 평생 들었을까, 야구를 구했다는 말을 들었을까.
100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그 답을 모르겠다.